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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52 | 52 | 이후 그녀는 고등학생 시절 동안에도 마찬가지로 꾸준히 저술 활동을 이어갔다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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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54 | 54 | 《왜 도덕인가?》(2009.09.30) – 도덕적 판단의 기원과 타자성에 대한 철학적 성찰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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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56 | 57 | 《공정하다는 착각》(2010.01.03) – ‘공정’이라는 단어가 불평등을 정당화하는 수사로 기능한다는 비판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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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95 | 96 | > 하지만 정말 그럴까?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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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96 | 97 | > 우리가 ‘노력’이라는 말을 사용할 때, 그 안에는 너무 많은 걸 감추고 있는 건 아닐까?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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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97 | 98 | > 나는 노력이라는 단어가 공정의 척도로 쓰이는 현실이 두려워졌다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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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55 | {{{#!folding [ 책제목 서문 펼치기 · 접기 ]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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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56 | 우리는 매일 수많은 선택을 하며 살아간다. 어떤 날은 자리에 쓰러져 있는 노인을 지나치고, 어떤 날은 그에게 손을 내민다. 어떤 날은 부당한 명령에 복종하고, 어떤 날은 침묵한다. 그리고 우리는 그 모든 선택의 끝에서, 자신에게 묻는다. “나는 착한 사람인가?” 혹은 “이건 옳은 일이었을까?”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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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56 | 99 | 《공정하다는 착각》(2010.01.03) – ‘공정’이라는 단어가 불평등을 정당화하는 수사로 기능한다는 비판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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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57 | 100 | {{{#!folding [ 공정하다는 착각 서문 펼치기 · 접기 ]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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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58 | | > 나는 그날도 또 한 번 시험에서 1등을 했다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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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59 | | > 교실 뒤 게시판에 붙은 성적표는 낡은 타카핀에 간신히 매달려 있었고, 아이들 틈을 피해 지나가려 했지만 누군가가 소리쳤다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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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60 | | > “역시 루스탈지아야. 또 1등이네.”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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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61 | | >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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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62 | | > 그 순간 나는 얼굴이 붉어지지도 않았고, 기쁘지도 않았다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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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63 | | > 그냥 ‘또 그렇구나’ 하고 지나갔다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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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64 | | > 나는 시험을 못 보면 창피해했고, 잘 보면 당연하게 여겼다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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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65 | | > 그게 오래도록 내 마음을 조용히 병들게 만들었다는 걸, 그땐 아직 몰랐다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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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66 | | >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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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67 | | > 내 친구 마리나는 반에서 중간보다 조금 아래였다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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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68 | | > 성격이 밝고 말이 많고, 시험 전날에도 나에게 계속 농담을 던지던 아이였다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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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69 | | > 시험지를 받고 나면 그녀는 나보다 훨씬 긴 시간을 들여 꼼꼼히 문제를 읽었다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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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70 | | > 채점이 끝난 후, 그녀는 내게 말했다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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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71 | | > “나는 진짜 노력했는데도 74점이야. 너는 졸다가도 1등이고.”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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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72 | | > 그러곤 웃었다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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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73 | | > 그 웃음이 이상하게 마음에 걸렸다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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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74 | | > 그건 ‘너 잘났다’는 웃음이 아니라, ‘나는 도대체 왜일까’라는 웃음이었기 때문이다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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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75 | | >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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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76 | | > 나는 그 말을 한동안 잊지 못했다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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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77 | | > 그녀가 노력하지 않았던 것도 아니고, 게을렀던 것도 아니다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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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78 | | > 하지만 결과는 늘 나와 달랐다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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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79 | | > 그건 정말, 단순히 노력의 차이일까?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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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80 | | >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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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81 | | > 나는 부모님께 잘 자라는 아이였고, 공부에 필요한 것은 항상 갖춰져 있었다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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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82 | | > 식탁 위에는 조용한 식사 시간이 있었고, 책장은 책으로 가득 차 있었고, 아버지는 늘 정시에 퇴근했다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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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83 | | > 새벽 3시에 잔다고 해도, 아침이면 상쾌하게 일어날 수 있었다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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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84 | | > 마리나는 달랐다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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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85 | | > 혼자 남동생을 돌봐야 했고, 시험 기간에도 밥을 차려야 했다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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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86 | | > 그녀의 집에는 책상보다 작은 식탁이 먼저 있었고, 시험 전날에도 거실엔 TV가 켜져 있었다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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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87 | | >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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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88 | | > 우리는 같은 시험지를 받았고, 같은 시간에 시작했고, 같은 답안지를 냈다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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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89 | | > 하지만 우리는 같지 않았다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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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90 | | >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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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91 | | > 사람들은 말했다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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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92 | | > “노력하면 누구든지 할 수 있어.”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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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93 | | > “할 수 없었다면, 그건 너의 노력 부족일 뿐이야.”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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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94 | | >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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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95 | | > 하지만 정말 그럴까?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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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96 | | > 우리가 ‘노력’이라는 말을 사용할 때, 그 안에는 너무 많은 걸 감추고 있는 건 아닐까?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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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97 | | > 나는 노력이라는 단어가 공정의 척도로 쓰이는 현실이 두려워졌다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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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98 | | > 그 말은, 실패한 사람의 존재를 지우기 위한 도구가 되곤 했다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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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99 | | >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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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100 | | > 우리는 성적표만으로, 결과만으로, 이 아이는 성실하고 저 아이는 부족하다고 말한다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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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101 | | > 하지만 누구도 그 결과가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을 들여다보려 하지 않는다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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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102 | | > 그 과정 속에는 잠들기 어려운 밤, 집중할 수 없는 낮, 이해받지 못한 눈빛, 배고픔, 불안, 소음, 외로움, 혹은 아무 이유도 없는 슬픔이 있었다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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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103 | | >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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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104 | | > 나는 항상 전교 1등이었다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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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105 | | > 하지만 그 1등이라는 숫자가 정말 나를 설명해줄 수 있는 것인지,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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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106 | | > 누군가의 꼴찌라는 숫자가 그 사람의 전부인지,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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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107 | 150 | > 그 모든 판단이 과연 ‘공정한가’라고 질문할 용기를 내보려 한다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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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108 | 151 | >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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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109 | 152 | > 우리는 모두 각자의 배경, 언어, 경험, 두려움, 기대와 함께 살아간다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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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110 | 153 | > 그것이 다르다는 사실을 외면한 채, 결과만을 들이밀며 “공정하다”고 말하는 것은,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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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111 | 154 | > 사실은 아주 불공정한 일일지도 모른다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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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112 | 155 | >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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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113 | 156 | > 이 책은 내가 마리나에게, 그리고 나 자신에게 건네는 사적인 질문에서 시작되었다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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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114 | 157 | > “왜 우린 다른 결과를 받아들여야 했을까?”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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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115 | 158 | > “그게 정말 네 탓이야?”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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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116 | 159 | > “정말, 그게 공정한 거야?”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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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117 | 160 | >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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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118 | 161 | > 어쩌면 나는 이 질문을 스스로에게도 던져야 했는지 모른다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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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119 | 162 | > 왜 나는 스스로를 그렇게 쉽게 받아들였을까?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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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120 | 163 | > 왜 나는 누군가의 낙오를, 아무렇지 않게 지나쳐왔을까?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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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121 | 164 | >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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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122 | 165 | > 나는 지금, 늦게나마 그 물음 앞에 서 있다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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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123 | 166 | >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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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124 | 167 | > 이 원고는 이제 나의 손을 떠났다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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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125 | 168 | > 이제는 당신의 것이다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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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126 | 169 | > 여기에 적힌 몇 줄의 서문에 구애받지 마시길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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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127 | 170 | > 당신만의 질문으로, 당신만의 속도로 이 책을 읽어주시길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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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128 | 171 | > 읽고, 흔들리고, 생각하고, 때로는 반박해주시길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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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129 | 172 | > 그것이 나의 글이 진심으로 살아 있는 방식이라 믿는다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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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130 | 173 | >----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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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131 | 174 | > _루스탈지아 그래이_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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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132 | 175 | > 2009년 겨울, 벨포르 시립제3고등학교 도서관 구석 자리에서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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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101 | 나는 그날도 또 한 번 시험에서 1등을 했다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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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102 | 교실 뒤 게시판에 붙은 성적표는 낡은 타카핀에 간신히 매달려 있었고, 아이들 틈을 피해 지나가려 했지만 누군가가 소리쳤다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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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103 | “역시 루스탈지아야. 또 1등이네.”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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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104 |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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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105 | 그 순간 나는 얼굴이 붉어지지도 않았고, 기쁘지도 않았다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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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106 | 그냥 ‘또 그렇구나’ 하고 지나갔다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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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107 | 나는 시험을 못 보면 창피해했고, 잘 보면 당연하게 여겼다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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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110 | 내 친구 마리나는 반에서 중간보다 조금 아래였다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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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111 | 성격이 밝고 말이 많고, 시험 전날에도 나에게 계속 농담을 던지던 아이였다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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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112 | 시험지를 받고 나면 그녀는 나보다 훨씬 긴 시간을 들여 꼼꼼히 문제를 읽었다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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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113 | 채점이 끝난 후, 그녀는 내게 말했다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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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114 | “나는 진짜 노력했는데도 74점이야. 너는 졸다가도 1등이고.”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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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115 | 그러곤 웃었다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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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116 | 그 웃음이 이상하게 마음에 걸렸다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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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117 | 그건 ‘너 잘났다’는 웃음이 아니라, ‘나는 도대체 왜일까’라는 웃음이었기 때문이다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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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119 | 나는 그 말을 한동안 잊지 못했다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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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120 | 그녀가 노력하지 않았던 것도 아니고, 게을렀던 것도 아니다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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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121 | 하지만 결과는 늘 나와 달랐다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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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122 | 그건 정말, 단순히 노력의 차이일까?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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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124 | 나는 부모님께 잘 자라는 아이였고, 공부에 필요한 것은 항상 갖춰져 있었다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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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125 | 식탁 위에는 조용한 식사 시간이 있었고, 책장은 책으로 가득 차 있었고, 아버지는 늘 정시에 퇴근했다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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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126 | 새벽 3시에 잔다고 해도, 아침이면 상쾌하게 일어날 수 있었다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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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127 | 마리나는 달랐다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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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128 | 혼자 남동생을 돌봐야 했고, 시험 기간에도 밥을 차려야 했다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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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129 | 그녀의 집에는 책상보다 작은 식탁이 먼저 있었고, 시험 전날에도 거실엔 TV가 켜져 있었다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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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131 | 우리는 같은 시험지를 받았고, 같은 시간에 시작했고, 같은 답안지를 냈다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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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132 | 하지만 우리는 같지 않았다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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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134 | 사람들은 말했다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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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135 | “노력하면 누구든지 할 수 있어.”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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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136 | “할 수 없었다면, 그건 너의 노력 부족일 뿐이야.”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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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139 | 우리가 ‘노력’이라는 말을 사용할 때, 그 안에는 너무 많은 걸 감추고 있는 건 아닐까?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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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140 | 나는 노력이라는 단어가 공정의 척도로 쓰이는 현실이 두려워졌다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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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144 | 하지만 누구도 그 결과가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을 들여다보려 하지 않는다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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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145 | 그 과정 속에는 잠들기 어려운 밤, 집중할 수 없는 낮, 이해받지 못한 눈빛, 배고픔, 불안, 소음, 외로움, 혹은 아무 이유도 없는 슬픔이 있었다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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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147 | 나는 항상 전교 1등이었다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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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148 | 하지만 그 1등이라는 숫자가 정말 나를 설명해줄 수 있는 것인지,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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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149 | 누군가의 꼴찌라는 숫자가 그 사람의 전부인지,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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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134 | 177 | 《어떻게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는가》(2011.06.15) – 엘리트주의 비판과 대의제 구조의 권력 집중 문제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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