•  
  •  
  •  
  •  
  •  
  •  
  •  
  •  
  •  
  •  
r52 vs r53
......
5151
5252이후 그녀는 고등학생 시절 동안에도 마찬가지로 꾸준히 저술 활동을 이어갔다.
5353
54왜 도덕인가?》(2009.09.30) – 도덕적 판단의 기원과 타자성에 대한 철학적 성찰.
55
56공정하다는 착각》(2010.01.03) – ‘공정’이라는 단어가 불평등을 정당화하는 수사로 기능한다는 비판.
57{{{#!folding [ 공정하다는 착각 서문 펼치기 · 접기 ]
5858> 나는 그날도 또 한 번 시험에서 1등을 했다.
5959> 교실 뒤 게시판에 붙은 성적표는 낡은 타카핀에 간신히 매달려 있었고, 아이들 틈을 피해 지나가려 했지만 누군가가 소리쳤다.
6060> “역시 루스탈지아야. 또 1등이네.”
6161>
6262> 그 순간 나는 얼굴이 붉어지지도 않았고, 기쁘지도 않았다.
6363> 그냥 ‘또 그렇구나’ 하고 지나갔다.
6464> 나는 시험을 못 보면 창피해했고, 잘 보면 당연하게 여겼다.
6565> 그게 오래도록 내 마음을 조용히 병들게 만들었다는 걸, 그땐 아직 몰랐다.
6666>
6767> 내 친구 마리나는 반에서 중간보다 조금 아래였다.
6868> 성격이 밝고 말이 많고, 시험 전날에도 나에게 계속 농담을 던지던 아이였다.
6969> 시험지를 받고 나면 그녀는 나보다 훨씬 긴 시간을 들여 꼼꼼히 문제를 읽었다.
7070> 채점이 끝난 후, 그녀는 내게 말했다.
7171> “나는 진짜 노력했는데도 74점이야. 너는 졸다가도 1등이고.”
7272> 그러곤 웃었다.
7373> 그 웃음이 이상하게 마음에 걸렸다.
7474> 그건 ‘너 잘났다’는 웃음이 아니라, ‘나는 도대체 왜일까’라는 웃음이었기 때문이다.
7575>
7676> 나는 그 말을 한동안 잊지 못했다.
7777> 그녀가 노력하지 않았던 것도 아니고, 게을렀던 것도 아니다.
7878> 하지만 결과는 늘 나와 달랐다.
7979> 그건 정말, 단순히 노력의 차이일까?
8080>
8181> 나는 부모님께 잘 자라는 아이였고, 공부에 필요한 것은 항상 갖춰져 있었다.
8282> 식탁 위에는 조용한 식사 시간이 있었고, 책장은 책으로 가득 차 있었고, 아버지는 늘 정시에 퇴근했다.
8383> 새벽 3시에 잔다고 해도, 아침이면 상쾌하게 일어날 수 있었다.
8484> 마리나는 달랐다.
8585> 혼자 남동생을 돌봐야 했고, 시험 기간에도 밥을 차려야 했다.
8686> 그녀의 집에는 책상보다 작은 식탁이 먼저 있었고, 시험 전날에도 거실엔 TV가 켜져 있었다.
8787>
8888> 우리는 같은 시험지를 받았고, 같은 시간에 시작했고, 같은 답안지를 냈다.
8989> 하지만 우리는 같지 않았다.
9090>
9191> 사람들은 말했다.
9292> “노력하면 누구든지 할 수 있어.”
9393> “할 수 없었다면, 그건 너의 노력 부족일 뿐이야.”
9494>
9595> 하지만 정말 그럴까?
9696> 우리가 ‘노력’이라는 말을 사용할 때, 그 안에는 너무 많은 걸 감추고 있는 건 아닐까?
9797> 나는 노력이라는 단어가 공정의 척도로 쓰이는 현실이 두려워졌다.
9898> 그 말은, 실패한 사람의 존재를 지우기 위한 도구가 되곤 했다.
9999>
100100> 우리는 성적표만으로, 결과만으로, 이 아이는 성실하고 저 아이는 부족하다고 말한다.
101101> 하지만 누구도 그 결과가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을 들여다보려 하지 않는다.
102102> 그 과정 속에는 잠들기 어려운 밤, 집중할 수 없는 낮, 이해받지 못한 눈빛, 배고픔, 불안, 소음, 외로움, 혹은 아무 이유도 없는 슬픔이 있었다.
103103>
104104> 나는 항상 전교 1등이었다.
105105> 하지만 그 1등이라는 숫자가 정말 나를 설명해줄 수 있는 것인지,
106106> 누군가의 꼴찌라는 숫자가 그 사람의 전부인지,
107107> 그 모든 판단이 과연 ‘공정한가’라고 질문할 용기를 내보려 한다.
108108>
109109> 우리는 모두 각자의 배경, 언어, 경험, 두려움, 기대와 함께 살아간다.
110110> 그것이 다르다는 사실을 외면한 채, 결과만을 들이밀며 “공정하다”고 말하는 것은,
111111> 사실은 아주 불공정한 일일지도 모른다.
112112>
113113> 이 책은 내가 마리나에게, 그리고 나 자신에게 건네는 사적인 질문에서 시작되었다.
114114> “왜 우린 다른 결과를 받아들여야 했을까?”
115115> “그게 정말 네 탓이야?”
116116> “정말, 그게 공정한 거야?”
117117>
118118> 어쩌면 나는 이 질문을 스스로에게도 던져야 했는지 모른다.
119119> 왜 나는 스스로를 그렇게 쉽게 받아들였을까?
120120> 왜 나는 누군가의 낙오를, 아무렇지 않게 지나쳐왔을까?
121121>
122122> 나는 지금, 늦게나마 그 물음 앞에 서 있다.
123123>
124124> 이 원고는 이제 나의 손을 떠났다.
125125> 이제는 당신의 것이다.
126126> 여기에 적힌 몇 줄의 서문에 구애받지 마시길.
127127> 당신만의 질문으로, 당신만의 속도로 이 책을 읽어주시길.
128128> 읽고, 흔들리고, 생각하고, 때로는 반박해주시길.
129129> 그것이 나의 글이 진심으로 살아 있는 방식이라 믿는다.
130130>----
131131> _루스탈지아 그래이_
132132> 2009년 겨울, 벨포르 시립제3고등학교 도서관 구석 자리에서
133133}}}
134134《어떻게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는가》(2011.06.15) – 엘리트주의 비판과 대의제 구조의 권력 집중 문제.
54[[왜 도덕인가?]]》(2009.09.30) – 도덕적 판단의 기원과 타자성에 대한 철학적 성찰.
55
56[[공정하다는 착각]]》(2010.01.03) – ‘공정’이라는 단어가 불평등을 정당화하는 수사로 기능한다는 비판.
57
13559
13660《집단 착각: 우리는 소수인가?》(2012.08.06) – 집단 내 ‘침묵의 다수’ 개념을 해체하며, 집단사고의 취약성과 허구를 분석.
13761{{{#!folding [ 잡단착각 서문 펼치기 · 접기 ]
......